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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상설’ 소동의 전말, 파장과 교훈(1)자칭 국내외 유력 언론들 모두 부정확한 보도

자칭 국내외 유력 언론들 모두 부정확한 보도

조중동과 종편 그리고 보수정당 등 삼각편대의 ‘아니면 말고’식 행태

근거 없는 불신· 분열만 키우는 정보·보도 사대주의 큰 문제

 

지난 20여 일 동안 건강이상설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그를 둘러난 소동이 모두 한 바탕 해프닝임을 알렸다.

 

그 동안 수많은 추측보도와 오보가 잇따랐지만 우리 정부와 청와대는 “김 위원장 신변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대북정보와 한반도 문제 관리에 관한 한 한국정부가 가장 정확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번 ‘김정은 신변이상설’의 시작은 이랬다. 2009년부터 미국 국립 민주주의 기금 (NED)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탈북자 중심의 국내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다 잘못돼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데일리NK의 보도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곧바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다가 ‘불난데 기름을 끼얹은’ 것은 이튿날 미국 매체들의 보도였다. 최초 CNN을 비롯한 그 다음 미국 매체들이 잇따라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라는 첩보를 미국 정부 관계자가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치밀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김정은의 유고를 가정한 기사가 쏟아진 것은 이 때부터였다. 김여정이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었다. 특히 국내에선 조중동과 종편들이 앞장서고 국외에선 일본 언론들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단연 맹활약을 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에 특이 동향은 없다"는 ‘짧지만 매우 분명한’ 입장을 견지했다.

 

4월 25일에는 로이터 통신이 중국이 북한에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을 자문할 의료진을 파견했다는 뉴스를 타전함으로써 김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증폭됐다. 이후 김 위원장 위중설은 물론 그의 사망설까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김 위원장이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는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의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슈칸겐다이>의 곤도 다이스케(近藤 大介) 편집위원은 중국 의료 관계자로부터 김 위원장의 상태와 관련해 상세한 경위를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정말 한 편의 ‘잘 짜여진 소설(well made novel)’이었다.

 

<슈칸겐다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방을 시찰하던 도중 갑자기 가슴에 손을 얹으며 쓰러졌다. 동행하던 의료진은 황급히 심장 마사지를 하며 그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중국에 의료진을 파견해 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이에 중국은 약 50여명의 의료진을 꾸려 특별기편으로 평양에 파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의료진은 상황이 너무 급박해 중국 의료진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리긴 어렵다고 보고, 중국에서 오랜 기간 수련을 받은 심장외과 전문의가 김 위원장에게 긴급 심장 스텐트 시술을 했다. 그러나 담당의사는 너무 긴장해 있었던 데다 김 위원장과 같은 거구의 몸을 집도한 경험이 없었다. 이에 따라 스텐트를 넣는 데 8분이나 소요됐고, 그 사이 김 위원장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버렸다. 중국 의사단이 도착했을 땐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로이터 통신이 중국 의료진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여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으며 순식간에 퍼졌다. 이 때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짧지만 단호하게 “특이 동향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후 4월 26일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가 원산 특각에 김정은 전용열차가 주차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자,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피해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일본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중순에 독일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 ‘4월 중순 이후 친필 결재서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등의 기사를 내보내며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을 계속 이슈화했다.

 

국내에선 미래통합당 소속이었다가 공천을 못 받자 탈당한 무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26일 당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 대해 “엄청나게 위중한 상태일 것”이라며 <조선일보> 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상황 증거로 추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의원은 “정부가 이렇게 상태 확인을 안 해준 적이 없다”며 “또 중국인 의사가 입북했다는 외신 등을 보면 북한 내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튿날에도 윤상현 의원은 이번엔 중앙일보를 통해 "김정은이 1주일 내 나타나지 않으면 그의 와병설은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4월 27일 탈북외교관 출신 서울 강남 갑의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미국 CNN 방송에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5월1일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연합뉴스> 등 언론에 급기야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 같다"면서 "99.9% 확신한다"고 예측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같은 날 "근거 없는 상상"이라며 "북한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반박하는 일도 일어났다.

 

한편, 대만 정보당국이 최근 신변이상설이 제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아프다'는 견해를 내놨다.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치우궈청(邱國正) 대만 국가안전국장은 지난 4월 30일 대만 입법원에 대한 국제정세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치우 국장은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한 입법원 의원의 질문에 "몸이 아프다"고 답했다. 치우 국장은 '김 위원장이 정말로 살아 있느냐'는 질문엔 미소만 지은 채 즉답을 피했으나, "내 답변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근거한 것이지 의견이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치우 국장은 또 "북한 내부에 지도자(김정은) 유고시의 비상계획이 마련되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의원들의 연이은 김 위원장 관련 질문엔 "북한 정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상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그리고 5월 2일,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1일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 등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이상설과 관련된 모든 허황한 추측을 단번에 일축해 버렸다.

 

 

 

전현준 기자  jjhj77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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